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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드 작성하랴, 블로그에 공부 일지 작성하랴 타자 치는 시간이 전에 비해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코드를 작성할 때 사용하면 좋은, 효율적이고 빠르고 멋진 키보드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키보드에 대해 여럿 찾아봤는데 제가 원하는 키보드는 아직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우선 왼손과 오른손 영역이 분리되는 스플릿 키보드를 사용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되어 있으면 좋겠고, 자판 배열도 효율적으로 되어 있는 키보드를 찾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플릿 키보드는 B키가 왼쪽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키보드의 자판 배열이 조금 비효율적입니다. 한글 자판은 두벌식이나 세벌식이나 꽤 효율적으로 배치되어 있지만, 대표적 영어 자판인 QWERTY 자판은 손가락이 너무 많이 움직여야 하는 비효율적인 자판입니다.
QWERTY 자판을 보완하고자 드보락 자판이 나왔고, 드보락을 보완한 콜맥 자판이 나왔습니다.
드보락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콜맥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콜맥 자판은 나름 효율적인 자판이지만 QWERTY 자판을 사용하다가 콜맥 자판에 적응하기가 조금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사실 키보드 배열을 바꾸는 순간부터 재적응해야 하는 것은 다 똑같지만 그래도 저는 재적응하기가 좀 더 쉬운 자판 배열을 원했습니다.
다른 한국인 분들이 영타를 얼마나 치겠냐마는 개발자는 아무래도 영타를 칠 일이 많기 때문에 영타 자판 배열의 효율성을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봤습니다. 아무튼 이러저러한 조건으로 여러 키보드를 찾아봤지만 이렇다 할 키보드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직접 키보드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우선 키보드 자판 배열부터 다시 배치시켜 봤습니다. 한글 자판은 이미 많이 쓰이고 있는 두벌식 자판 배열을 그대로 채택했습니다. 한글 자판은 세벌식으로 바꿀 게 아니라면 두벌식 자판 배열도 꽤 효율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조금씩 수정할 여지가 있긴 했지만 여러 시도로 배치를 수정해보고 내린 결론은 '그대로 가자'였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많이 쓰이는 두벌식 자판을 수정해봐야 위아래 키를 조금 바꾼다든지 하는 식으로, 크게 바뀌는 것은 없으면서 괜히 사용자에게 혼란만 줄 수 있는 식의 결과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영어 자판은 처음에는 드보락 자판을 바탕으로 수정을 거듭해 볼 생각이었는데 드보락 자판은 오른손이 왼손보다 더 빈도가 많아 보였고, 또 특수문자의 배치가 QWERTY 자판과는 반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적응도 까다로울뿐더러 한글 자판을 배치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한글 자판과 영어 자판을 같이 배치하면서 영어 자판 배열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콜맥 자판을 봤는데 솔직히 콜맥 자판의 배열을 봤을 때는 무슨 규칙이 있어서 이렇게 배치했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다면 콜맥 자판은 대표적 단축키로 많이 쓰이는 A, Z, X, C, V, B를 QWERTY 자판과 같게 배치했다는 것입니다.드보락 자판은 이 키들의 위치가 바뀌어 있어서 단축키 사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 콜맥 자판의 장점을 체감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분명 손가락이 QWERTY 자판보다 덜 움직이기는 하나 QWERTY 자판을 사용하다가 콜맥 자판에 적응하기는 어려워서 굳이 콜맥 자판을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상실했습니다. QWERTY 자판이 아주 효율적이진 않아도 쓰지 못할 정도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냥 영어 자판을 직접 새로 배열해보자고 생각하면서 영어 알파벳의 사용 빈도를 찾아보고, 또 in이나 to같이 두 개 묶음 혹은 세 개, 네 개 묶음으로 사용 빈도가 높은 단어들을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자판 배열을 시작했습니다.
영어 자판 배열을 시작하면서 제가 정했던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가급적 모음은 오른쪽에 배치한다.
- 사용빈도가 높은 알파벳은 손이 닿기 쉬운 자리, 사용빈도가 낮은 알파벳은 손이 닿기 어려운 자리에 배치한다.
- 두 개 묶음으로 자주 쓰이는 알파벳은 같은 손가락으로 치지 않게 한다. 그러면서 근처에 배치해서 빠르고 수월하게 입력할 수 있게 한다.
- 세 개 이상의 묶음으로 자주 쓰이는 알파벳은 적어도 한 번 이상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치도록 유도한다.
- QWERTY 자판 사용자가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사용자 경험을 살리는 배열을 고안한다.
위의 규칙을 적용해 제가 새로 배치한 키보드 배열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자판의 이름은 제 닉네임을 따서 'KOEY 자판'이라고 멋대로 붙여보았습니다.
위 키보드 배열을 보면 모음인 E가 왼쪽에 와있습니다. 원래는 E를 오른쪽에 배치했었습니다. 그런데 E키는 영어 알파벳에서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알파벳입니다. 그것도 독보적입니다. 그런 키까지 오른쪽에 배치했더니 오른손의 사용 빈도가 왼손에 비해 많아 보였습니다. 저는 왼손이 조금 더 많이 쓰이거나 비슷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E키는 왼쪽으로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콜맥 자판의 장점을 받아서 대표적 단축키인 A, Z, X, C, V, B 키의 위치는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운이 좋게도 해당 키들은 굳이 자리를 바꾸지 않아도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키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보면 이런 키 외에도 Q, W, S, R, G, H, M, U까지 QWERTY 자판과 같은 위치에 배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로써 26개의 영어 알파벳 중 14개가 QWERTY 자판과 같게 되었습니다. 콜맥 자판은 QWERTY 자판과 배치가 같은 알파벳 키의 개수가 10개입니다.
그리고 이 뿐만이 아닙니다. K와 Y를 제외한 모든 키들을 QWERTY 자판에서 쳤던 손가락과 같은 손가락으로 칠 수 있습니다. 즉 QWERTY 자판에서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으로 쳤던 I를 이 자판에서도 같은 손가락으로 I를 칠 수 있습니다. 만약 콜맥 자판처럼 오른손 약지로 치는 등, 다른 손가락으로 쳐야 했다면 이는 사용자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제가 이 키보드 배열을 고안하면서 QEWRTY 자판을 사용하던 사람이 쉽게 적응하도록 하는 것을 규칙 중 하나로 정했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을 고려하여 최대한 같은 손가락으로 같은 알파벳을 칠 수 있도록 키를 배열했습니다. 참고로 콜맥 자판의 경우 QWERTY 자판과 다른 손가락으로 쳐야 하는 알파벳의 개수가 9개에 달합니다.
그리고 P키가 아래쪽 세미콜론과 바뀌어 있습니다. 이는 드보락 자판의 장점을 반영한 것으로, 손가락의 움직임을 적게 하면서 보다 많은 문자를 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P키의 위치와 세미콜론의 위치가 바뀜에 따라 한글 자판의 'ㅔ'도 같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한글 자판의 바뀐 점은 이것 하나뿐이므로 적응하는 데에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개발자에게는 세미콜론과 P키의 위치를 바꾼 것이 더 불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코드를 작성할 때 세미콜론은 자주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괄호와, 마이너스, 플러스 특수문자의 위치가 바뀌어 있습니다. 이것은 드보락 자판의 장점을 반영했습니다. 음.. 드보락 자판의 장점인지는 모르겠지만 드보락 자판의 의도를 좋게 받아들여 바꾸게 되었습니다. 드보락은 대괄호 보다도 자주 쓰이는 -, = 키들을 손이 닿기 좋은 위치에 배치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위 자판 배열을 본인이 사용하는 키보드에 직접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사용하면 가능합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이용해서 자판 배열을 바꾸는 방법은 아래의 글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2021.03.17 - [일기장] - 날개셋 한글 입력기로 KOEY 자판 배열 적용하기
※2021년 08월 21일 수정사항※
이 글에서 소개한 KOEY 키보드 배열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해당 글은 다음의 링크를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2021.08.21 - [KOEY키보드] - KOEY 키보드 자판 배열 ve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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